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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관리연구소/시설관리 새글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시설관리 2

by by 전기돌쇠 2023. 8. 19.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시설관리 2

 

면접

 

김기사의 전화에 문자가 왔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불친절한 문자가 온 것이다.

일방적으로 문자 달랑 보낸 것이었다.

내일 몇 시에 어디로 오세요 그게 다였다.

아니 이거 먼 상황인데...

느낌이 싸했다. 사실은 가보면 알게 되겠지?

다음날 면접시간 조금 전에 도착했는데 경리인지 모를 두 명의 여자 가 있었고

불친절하게 앉아 있었다.

정사각의 공간에 답답한 분위기 왠지 상쾌한 기분은 느껴지지 않았다.

여직원에게 면접을 보러 왔습니다.라고 말하니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네 잠시만요. 열린 사무실로 가서 잠시 후에 나를 불렀다.

들어갔더니 한 남자소장이 앉아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하던 일을 하면서 거기 앉으세요라고 말했다.

뻘쭘하게 앉아 있는데 천천히 오더니 이력서를 보면서 대뜸 말하길.

빌딩경력이 많네요.. 무슨 일 하셨어요?

아파트는 좀 많이 다른데 하실 수 있겠어요?

입주자들이 마구 쌍욕을 하고 인격모독하는데 그런 거 어떻게 하시겠어요?

잡일도 하고 풀도 베야하고 그런데 하실 수 있겠어요?

소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감정이 없는 로봇 같았다.

아니 내일 당장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사형수 같았다.

아... 이 양반 입주민에게 온갖 모욕과 욕을 먹고서 감정이 많이 다쳤구나.

와 이분에게는 신입을 받아주고 이끌어줄 에너지가 없겠구나.

여기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서 냉랭한 면접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며칠뒤 다른 아파트로 면접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은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에 관리사무소

햇볕이 환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나이는 있으시지만 중후해 보이는 여소장님과 경리분이 있었다.

소장님과 면담을 하는데 꼼꼼히 면담을 하였다. 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나서

아파트 관련 이야기를 하셨다.

일단 아파트일은 빌딩과 다르게 풀을 베는 일도 해야 해요

정원관리죠. 우린 그런 일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어요.

풀을 베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나무도 좀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야 하는데 혹시

조경기능사나 이런 거 있으세요? 아니면 가드닝에 소질이 있으신지요?

그런 일도 잘하실 수 있겠나요? 특히 이번에 추석이 오기 전 단정하게 아파트의 화단을 정리해야 하니

꽤 신경을 써야 할 거예요. 물론 여럿이 같이 하니 걱정은 마시고요.

네? 아.. 해야죠... 물론..

아 잘못 왔다. 추석이 끝난 다음에 왔어야 하는 건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검색해 보니 여소장이 있는 곳은 가지 말라 하던데

그게 걸리기는 했지만.

로봇 같은 무표정한 남자 소장보다는 상냥하고 친절한 여소장님과 경리분을 보니 마음이 풀렸다.

이런 곳이라면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잘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그것도 좋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같이 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어떤 류의 사람들 인가가 중요하다.

내게 일을 가르쳐 줄 사수는 어떤 사람인지 또 같이 일을 할 과장은 어떤 사람인지 매우 긴장이 되었다.

 

한참 대화하고 나서 그녀는 말했다.

김기사님 그러면 내일부터 출근하시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김기사는 이제 빌딩시설관리에서 아파트 시설관리로 전직을 하게 된 것이었다.

 

전직을 하기 전에 김기사는 자신의 스탯을 알아보았다.

 

스탯 : rpg 게임에서 캐릭터의 공격력, 방어력, 마법 공격력 등의 주요 능력치를 결정짓는 요소

 

가식적 웃음:+ 8

전기실력 : +3

기계실력: + 2

요리실력: +2

아부능력 :-10

인간관계 적응력:-20

낮은 자존감:-40

낮은 체력:-30

진상대응력 : no data

예초기 운용력 : -30

분노 조절력: -10

근육질 몸: -50

 

 

아마도 이 세계인 아파트에서는

예초기 운용력에 맥스를 찍고 진상대응력에 몰빵하고 분노 조절력에 몰빵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김기사였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사람의 외모를 보고 함부로 대하거나

분노조절 잘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였다.

 

인생은 불공평한 것이었다.

저번에 만난 소장은 모든 스탯을 아부 능력에 몰빵한 사람을 보았다.

남이 볼 때 정말 비굴할 정도였지만 용역으로 시작했으나 그는 몇 년 뒤 정말 좋은 곳에 정규직으로

들어간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부도 능력이다라는 말은 사실이 분명했다.

우리의 인생이란 자신의 스탯을 어디에 찍느냐에 달린 것이 분명했다.

김기사는 다가온 첫 출근에 긴장이 되고 있었다.

풀벌레 소리가 조금은 작아진 8월 중순의 밤이었다.

가을이 소리 없이 걸어와 풀벌레소리와 함께 창가를 두드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