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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3

단편소설) 옆구리가 시린 가을날에 머리를 깎다 옆구리가 시린 가을날에 머리를 깎다 지하 동굴 같은 방재실에서 맨날 주당비로 풀로 돌리면서 살다 보니 우울증은 날로 돋아나고 가는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다. 살색 다큐멘타리에 심취하다 보니 야한 생각으로 인해 머리만 죽죽죽 무성하게 자라나는 참이었다. 햇볕도 안드는 방재실에 종일 박혀있으면 광합성이 안될 텐데 어찌 머리카락은 이리도 쑥쑥 자라나는가 신기하기만 하다. 기계소리 웅웅웅 대고 실외기 위윙위잉 대고 피씨는 웅웅 대고 각종 기계 소리에 선잠 자고 자다가 깨고 또 깨고 자도 잔것 같지 않고 늘 밤사이 터지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신경이 곤두선 당직자로서는 자도 깊게 자지를 못하는 게 이게 참 곤욕이었다. 아침마다 아톰 머리가 되길래 머리를 깎으러 가기로 생각했다. 어디로 가야 하나? 독수공방 독거청중년이.. 2021. 3. 24.
나는 지금 긴 터널 안에 서있다. 마음이 심란해 왔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인생이란 비참한 것 돈을 벌기 위해서 비루하게 살아야 하는 것 돈 없는 삶을 꿈꿔 봤지만 새로운 삶을 추구하기엔 용기가 없고 자존감도 없고 돈도 없고 여자도 없고 희망도 없었다 단지 나의 인생뿐 아니라 사회 전부가 그러한 듯했다 희망 없는 세상 살아가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당당하게 살아내고 싶다는 것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인간적 자존심을 보이며 살고 싶다는 것 비참하지 않기 위해 비참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오늘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비루함의 끝 비참함의 끝까지 내려 가야지만 나는 희망을 사랑을 말할 수 있다 벙커로 출근한 삶 젊은 나는 여기에 와있다 돈 없고 빽 없고 배운 것 없고 .. 2021. 3. 24.
(시) 지하벙커 아래서 지하벙커 아래서 매일 계속되는 진상 민원인때문에 화가 나지만 도딲는기분으로 수행이라 생각하고 웃으며 넘기네 나는 웃고 있지만 늘 울고 있다네 긴긴 지하 벙커 생활로 폐는 썪어 들어가고 나의 목숨은 줄어드네. 매일밤 고민속에 휩싸이고 지독한 외로움과 춤을 추고 석면먼지 휘날리는 벙커속에서 바퀴벌레와 춤을 춘다 난 인간적인 대우가 필요해 괜찮은 월급이 필요해 여자가 필요해 하지만 점점 꺼져가는 시간속에 기회는 안개 속으로 사라지네 난 제도권에 속하지 못해 일근직에 속하지 못해 대한민국 평균 임금에도 속하지 못해 무조건 일년 내내 주야장천(晝夜長川) 근무 교대 일년 내내 다람쥐 쳇바퀴돌듯 도는 개 같은 인생 난 늦잠이 필요해 편히 술마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긴 휴가가 필요해 복지 혜택이 필요해 주주야야비휴.. 2021.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