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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자연과 만화

농사 풀과 벌레의 전쟁 그리고 시설관리꿈

by by 전기돌쇠 2024. 5. 29.

고랑과 이랑 사이에 풀이 자라난다. 는 잘못된 표현이었다.
이랑은 두둑과 한 고랑을 묶어서 이랑이라고 한다.

두둑은 밭을 갈아 골을 타서 흙이 두둑 하게 불룩 튀어나온 부분을 두둑이라 하고..
고랑이란 갈아놓은 밭의 두둑사이에 움푹 들어간 마이너스 부분

비닐에 구멍 뚫고 심은 작물은 두둑 위에서 자라고 고랑은 두둑사이에 걸어 다니는 통로인데 여기에 잡초가
마구마구 자라고 있다.

나는 이 고랑에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잡혀있다.

왜냐면 늘 보아온 것은 깨끗한 밭이였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로 생각한다.
고랑의 사이가 좁아서 제초기로 돌리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
손으로 뽑는걸 며칠이고 해 봤는데 허리가 큰 대미지를 입었다. 그래서 지금 상당히 경계모드이다.
쪼그리고 풀좀 뽑으면 시간이 몇 시간이 후딱 간다 쪼그리고 좁은 데서 긴 고랑의 풀을 뽑다 보면 요추와
허리기립근이 작살이 나서 지금 몇 주째 엉기적거리며 엉망이다.

그래서 이제 풀이 적으로 보인다.
풀과의 전쟁인 것이다.

소문을 들으면 6-7월부터는 장마시작 시 하루에 15센티식 풀이 자라난다고 한다.
풀을 베고서 다음날 돌아서서 보면 10센티가 자라 있다고 한다.
오뚝이도 아니고 미친 듯이 지구를 뚫을 기세로 자라난다고 한다.
끔찍하다.

올해 봄에도 작고 귀여운 엉겅퀴가 마당에 피었는데  어느새 2미터까지 자라나서 진짜 식겁했다.
시골엔 미친 식물이 많다.
대나무는 더 미친놈이다. 5년간 기다리고 땅속에 있다가 올해 한번 달려보자 하고 고개를 쏙 내민다.
그게 죽순이다. 이놈은 봄비만 맞으면 하루에 20센티씩 자라나는 거 같다. 어제 보고 귀엽다! 했는데
며칠후면 재크와 콩나무처럼 지붕 뚫고 올라갈 기세로 자란다. 진짜 공포영화가 따로 없다.
밤만 되면 대나무숲에서 자갈로 만든 골렘이 던지는 지네들이 집으로 쳐들어 온다.

이 미친놈들은 나보다 먼저방에 들어와 이불속에 누워서 어서 와 시골생활은 처음이지?
이불속은 안전해 이리 와 이러는 거 같다. 진짜.. 멀 쳐 먹었나 마디마디 살이 도톰하게 올라서
살이 안 찐 지네가 한 마리도 없다.
붉고 검은색으로 또는 주황색 배를 깔고 사그락 대면서 천장인가 벽을 타고 다니고 거실에선 파도타기 하듯
신나게 바닥을 쓸고 다닌다.
색깔을 보면 얼마나 혐오스러운지 주황색배에 빨간 다리에 검은 등에 더듬이는 흔들면서 머라고 말을 거는 거 같은데..
영물인 걸까? 동화 같은데 나오는 지네여인 이런 거... 천년 묵은 지네와 두꺼비가 싸우고... 그런 느낌..

얼마나 심각하면 내가 농약방에 직접 찾아가서 농약을 살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한살림 자연드림 정회원이고 늘 친환경 무농약 자연농을 중요시하던 내가..
농약방이라니... 내손으로 제초제를 사다니..

하... 그러더니 이젠 농약통도 사게 되었다.
오늘도 꿈을 꾸었다. 난 시설관리를 하고 있었다.
내 고향 언더그라운드 지하 벙커에서 숙직실에서 누워 있었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어느 조직의 구성원으로 맡겨진 일을 하고 닌자처럼 스텔스 은닉하며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고
그래 시설관리 할 때까 좋았지.. 형 같은 과장도 생각나고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시절이었다.
정말로 좋은 시절이었다.
아니 그 당시 솔직히 힘들었다.
힘든시절 버틴 힘은 좋은 직장 상사였다.
나는 항상 부족한 사람이였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나는 ....그런 부족한 사람이였다.


사람은 늘 가장 행복할 때 행복을 모른다 .
늘 지나간뒤 후회한다. 힘든 오늘이 나중엔 행복한 순간이 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두렵다